📌 알아봅시다
영국에는 외로움부 장관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영국 정부는 2018년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를 신설했어요. 외로움,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을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로 바라보고 정부가 나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거죠.
외로움은 우리 몸에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은 영향을 미치며, 사망 위험도 증가시킨다고 합니다. 영국에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 단체도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어요. 캠페인 투 엔드 론리니스(Campaign to End Loneliness)와 같은 사례를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에서도 점차 외로움, 고립, 은둔, 사회적 고독과 같이 시민의 사회적 관계와 관련된 이슈가 공공 영역이 대응할 주요 정책 과제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요. 한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만 25세에 은둔을 시작해 경제 활동을 하지 않고 공공 부조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1인당 약 15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이미 2019년부터 고립·은둔 청년 지원 사업을 시작했고, 광주광역시는 같은 해 관련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비용만 문제가 아니다시야를 청년으로 좁혀 보죠. 충분한 사회적 관계를 맺지 못하는 청년의 문제는 경제적 비용 이상의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서울연구원은 2021년 「서울시 청년의 다차원적 빈곤 실태」라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어요.
보고서는 청년 빈곤을 ‘성인 초기 사회적 과업 수행에 필요한 다차원적 자원과 기회가 결핍, 박탈, 배제된 상태’로 정의했는데요. 단순히 돈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성인으로서 사회에 잘 자리 잡고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태로 청년 빈곤을 바라본 거예요.
이에 따라 연구에서는 경제적 영역과 비경제적 영역을 아우르는 7개 영역을 선정해 청년의 빈곤율을 조사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경제(52.9%)와 건강(40.3%)에 이어 사회적 자본의 빈곤율(37.4%)이 높게 나타난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청년뿐 아니라 어려울 때 도움을 줄 사람이나 자신을 지지할 사회적 관계 역시 빈곤한 청년이 적지 않은 것이죠. 돈이든, 관계든 성인기 초기에 결핍을 경험한 청년은 전 생애에 걸쳐 삶의 질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고립·은둔 청년 실태 조사를 시행해 올해 초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보고서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과 관련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면서, 정책 당국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 고립·은둔 청년 지원 사업은 사회적 비용 절감을 고려한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장기적으로는 국력의 중심이 될 청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잘 기능하도록 지원해야 함.
- 고립·은둔 시작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고, 고립·은둔 상태가 오래될수록 외부의 개입이나 회복이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어린 청년 시기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함.
많은 연구자가 외로움, 고립, 은둔 등과 같은 청년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방치할 경우 사회 성장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또, 단순히 경제적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시민 한 사람이 온전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일하고, 관계 맺고, 공동체에 기여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의 사회적 관계는 공동체가 관심 가져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청년은 외로운가 🤔 그렇다면, 현재 한국 사회 청년들의 사회적 관계에 큰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간단하게 답하기는 어려운 질문입니다. 관련해서 참고할 통계 자료들이 있기는 합니다. 허브레터 구독자분들도 한번 자신의 상황을 반추하며 확인해 보시죠.
-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 이외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다. 35.2%
- 동네에 알고 지내는 친구가 없다. 42.7%
- 가입한 모임(동네 모임, 온라인 모임, 직장 모임 등)이 없다. 60.7%
서울시, 「서울 청년실태조사」, 2020 / 만 18~39세 3,000명
- 최근 한 달간 3주 이상 외출하지 않은 적이 있다. 6.2%
- 취업 또는 진로에 관해 물어볼 사람이 없다. 24.7%.
- 주거, 금융, 법률과 관련된 정보를 물어볼 사람이 없다. 41.6%.
-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 24.3%
- 아파서 거동하기 어려울 때 도움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 20.9%
- 갑자기 큰돈이 필요할 때 빌릴 사람이 없다. 38.5%
-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 19.0%
- 연락 두절 시 나의 생사를 확인할 사람이 없다. 12.6%
서울연구원, 「2021 서울청년패널조사(1차)」, 2022 / 만 18~34세 5,194명
- 타인과의 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30대 57.8%, 20대 51.0%(전 세대 51.0%)
서울연구원, 「서울시민 옴니버스 조사」, 2019 / 만 19~69세 1,000명
- 자신이 외롭다고 인식하는 서울시 청년 1인 가구 58.9%(전 세대 62.1%)
-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느끼는 서울시 청년 1인 가구 13.1%(전 세대 13.6%)
서울연구원, 「서울시 1인 가구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연구용역 보고서」, 2022 / 서울시 1인 가구 3,079명
외로움과 같은 심리나 관계의 문제에 관해 어떤 기준으로 사회적 심각성을 판단할지, 사적 영역과도 밀접히 관련된 개인의 문제에 공공 영역이 얼마나, 어떻게 개입할지 물론 더 논의가 필요해요. 그러나 서울시 은둔·고립 청년이 1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삼십 대 중에서도 가구 구성상 외로움이나 고립을 겪기 쉬운 1인 가구 비율(2021년 기준 12.1%, 통계청)은 계속 늘고 있어요.
외로운 청년에게, 혹은 청년이 느끼는 외로움에 주목하고, 필요한 일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임은 분명합니다. 청년의 기회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