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아봅시다
놀라운 변화를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은 ‘이제 정말 AI가 사람을 대체하겠구나’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하죠. 음식점과 대형 마트에서 볼 수 있던 무인 결제 시스템은 이제 의류 매장으로까지 확산했어요. 첨단 기술이 불러올 일의 미래,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관심과 불안이 전례 없이 커지고 있죠.
미래에 우리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가게 될까요. 청년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변화가 너무 빨라요. 격랑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떤 자세로 서 있을지 상상해야 합니다. 상상을 시작하는 데 도움을 줄 이야기를 준비해 봤어요.
이 자리, 없어집니까
이 일이 뜬다, 저 일은 사라진다, 이런 소식, 조금 식상한 감도 없지 않죠. 다 맞는 것 같지도 않고요. 그래도 연구자들은 직업의 흥망성쇠를 부지런히 조사하고 예측합니다. 직업의 지형도가 산업 생태계를 넘어 한 사회의 전체 모습을 조망하게 하는 유용한 렌즈임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죠.
먼저 현재 어떤 직업들이 있는지 볼까요. 가장 최근(2020년)에 발간된 『한국직업사전』에 수록된 직업 수는 12,823개, 직업명은 16,891개라고 합니다. 전국 사업장 직무 조사를 거쳐 한국의 직업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죠. 워크넷에서도 한국의 직업 정보를 망라해 제공하고 있어요.
『한국직업사전』을 편찬하는 한국고용정보원은 『한국직업전망』도 발간해요.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매해 분야를 나눠 책을 발간하면서 직업별로 향후 일자리 증감 전망을 소개했습니다. 3권의 책에서 22개 분야 470여 개 직업을 다뤘어요. 특정 분야나 직업에 관심 있다면,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2021년 2022년 2023년
해외 기관에서도 직업 전망을 다룬 보고서를 꾸준히 냅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4월 『2023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27개국 80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일자리의 23%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비서, 은행 출납 직원, 우편 배달원, 티켓 판매원 등의 직업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고, AI·머신러닝 전문가, 정보보안 분석가, 재생에너지 엔지니어 등은 일자리가 늘어날 직업으로 꼽혔어요. 관련 기사
프리랜서? 프리워커?
노동의 형태, 일에 대한 가치관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특정한 소속 없이 일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로 프리랜서란 단어가 통용되어 왔는데요. 고정된 형태로 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프리워커란 단어도 등장했습니다.
잇는연구소 박정수 대표는 『2022 청년 주요의제 이슈브리프』에 실린 「뉴워커 네트워크 활동과 프리워커」란 글에서 프리워커를 “기성의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실행하는 사람”으로 정의했어요. 이들은 만족과 즐거움을 좇아 다양한 일을 하기 때문에 고용이나 노동 형태 역시 고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박 대표에 따르면 프리워커의 탄생은 청년 세대가 처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과거와 비교해 사회 진입 기회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진 만큼, 청년 세대가 기성세대의 직업관이나 삶의 태도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것이죠. 또한, 자아실현의 욕구가 강한 청년 세대는 기존의 조직 문화 안에서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기성세대는 ‘직업이 곧 나’라고 여겼잖아요. 이제는 직업으로만 나를 표현하는 사회는 지났고요.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를 여러 창구로 표출하는 거죠. 물론 불안정한 고용 형태로 직업을 여러 개 가질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현실을 드러내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뉴워커 네트워크 활동과 프리워커」, 『2022 청년 주요의제 이슈브리프』에서 발췌
문제를 기회로
개인적인 욕구뿐만 아니라 사회 가치의 실현을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죠. 특히, 청년이 마주할 미래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 일을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지지 않을까요.
청년허브는 2022년에 ‘미래업’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미래업은 서울시 기업 및 단체와 협력해 팬데믹, 기후 위기, 양극화와 같은 청년들이 마주한 사회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청년 일자리 모델을 만드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어요.
3개월간 10개의 파트너 기관과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흥미로운 사례들이 발굴됐습니다. 오파테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 기기를 만드는 기업이에요. 이 업체는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 청년에게 일 경험을 제공하는 일자리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시각장애 청년들이 갑작스럽게 시각장애를 얻은 중도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교육을 진행하도록 한 것이죠.
돌봄 서비스 업체인 쉴틈은 발달장애 아동 가족이 겪는 어려움에 주목해 관련 전공자들을 활용한 발달장애 아동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개발했어요. 덕분에 팬데믹 사태로 실습 기회를 구하기 어려웠던 전공자들이 쉴틈과 함께 일 경험을 쌓고 소득을 올릴 기회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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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새롭게 주목받는 직업을 좇을 테고, 누군가는 더 자유롭게 일하는 삶을 추구할 겁니다. 자신의 일과 사회 문제를 연결하는 시도도 이어질 거고요. 물론 청년들의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겠죠. 그럼에도 우린 계속 상상할 겁니다. 미래에도 살아가야 하니까요. 일과 함께 말이죠. |